재테크 정보 공유 커뮤니티! 체리피커

자유게시판

12월과 관련된 시 모음

2015.12.02 00:39 조회 수 352 추천 수 2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수정 삭제

 + 12월의 독백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오광수·시인, 1953-)


+ 12월 어느 오후 

덜렁 달력 한 장 
달랑 까치 밥 하나 
펄렁 상수리 낙엽 한 잎 
썰렁 저녁 찬바람 
뭉클 저미는 그리움 
(손석철·시인, 1953-)


+ 12월

잊혀질 날들이 
벌써 그립습니다 
따뜻한 차 한 잔이 
자꾸 생각납니다 
상투적인 인사치레를 
먼저 건네게 됩니다 
암담한 터널을 지나야 할 
우리 모두가 
대견스러울 뿐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아이들을 꼭 품고 싶습니다 
또 다른 12월입니다
(임영준·시인, 부산 출생)


+ 12월은 

사랑의 종 
시린 가슴 녹여 줄 
따뜻한 정이었음 좋겠다. 

그늘진 곳에 어둠을 밝혀 주는 
등불이었음 좋겠다 

딸랑딸랑 소리에 
가슴을 열고 
시린 손 꼭 잡아주는 
따뜻한 손이었음 좋겠다 

바람 불어 낙엽은 뒹구는데 
당신의 사랑을 
기다리는 허전한 가슴 
(하영순·시인)


+ 12월은 

해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한 장 남은 달력 속에 만감이 교차한다. 
정월 초하룻날 어떤 생각을 했으며 무엇을 설계했을까 
지나고 보면 해 놓은 일은 
아무것도 없고 누에 뽕잎 갉아먹듯 
시간만 축내고 앙상한 줄기만 남았다 

죄인이다 시간을 허비한 죄인 
얼마나 귀중한 시간이냐 
보석에 비하랴 
금 쪽에 비하랴 

손에든 귀물을 놓쳐 버린 듯 
허전한 마음 
되돌이로 돌아올 수 없는 
강물처럼 
흘러버린 시간들이 가시 되어 늑골 밑을 찌른다. 

천년 바위처럼 세월에 이끼 옷이나 입히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문틈으로 찾아드는 바람이 차다 
서럽다! 
서럽다 못해 쓰리다 
어제란 명제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가?
(하영순·시인)


+ 12월 

한 해를 조용히 접을 준비를 하며 
달력 한 장이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며칠 후면 세상 밖으로 
사라질 운명이기에 더욱 게슴츠레하고 
홀아비처럼 쓸쓸히 보인다 

다사다난이란 단어를 꼬깃꼬깃 
가슴속에 접어놓고 
아수라장 같은 
별종들의 모습을 목격도 하고 
작고 굵은 사건 사고의 연속을 
앵글에 잡아두기도 하며 
허기처럼 길고 소가죽처럼 질긴 
시간을 잘 견디어 왔다 

애환이 많은 시간일수록 
보내기가 서운한 것일까 
아니면 익숙했던 환경을 
쉬이 버리기가 아쉬운 것일까 

파르르 떨고 있는 우수에 찬 달력 한 장 

거미처럼 벽에 바짝 달라붙은 채 
병술년에서 정해년으로 
바통 넘겨 줄 준비하는 12월 초하루
(반기룡·시인)


+ 12월 중턱에서 

몸보다 마음이 더 급한 12월, 마지막 달 
달려온 지난 길을 조용히 뒤돌아보며 
한 해를 정리해보는 결산의 달 
무엇을 얻었고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누구를 사랑했고 
누구를 미워하지는 않았는지 
이해할 자를 이해했고 
오해를 풀지 못한 것은 없는지 
힘써 벌어들인 것은 얼마이고 
그 가운데서 얼마나 적선을 했는지 
지은 죄는 모두 기억났고 
기억난 죄는 다 회개하였는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고 
최선을 다한 일에 만족하고 있는지 
무의식중 상처를 준 이웃은 없고 
헐벗은 자를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잊어야 할 것은 기억하고 있고 
꼭 기억해야할 일을 잊고 있지는 않는지 

이런 저런 일들을 머리 속에 그리는데 
12월의 꽃 포인세티아 
낯을 붉히며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오정방·미국거주 시인, 1941-)


+ 12월의 단상 

저기 벌거벗은 가지 끝에

삶에 지쳐
넋 나간 한 사람 
걸려 있고

숭숭 털 빠진 
까치가 걸터앉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참새는 조잘거리고

지나던 바람은
쯧쯧,
혀차며 흘겨보는데

추위에 떨던 고양이 한 마리
낡은 발톱으로 기지개 편다.
(구경애·시인, 1961-) 


+ 12월 

올 데까지 왔구나 
막다른 골목 
피곤한 사나이가 홀로 서 있다 

훤칠한 키에 창백한 얼굴 
이따금 무엇엔가 쫓기듯 
시계를 자주 보는 사나이 
외투깃을 세우며 서성거린다 

꽁꽁 얼어붙은 천지엔 
하얀 자막처럼 눈이 내리고 
허둥지둥 막을 내린 드라마 
올해도 나는 단역이었지 
뼈빠지게 일하고 세금 잘 내는 

뒤돌아보지 말자 
더러는 잊고 
더러는 여기까지 함께 온 
사랑이며 증오는 
이쯤에서 매듭을 짓자 

새로운 출발을 위해 
입김을 불며 얼룩을 닦듯 
온갖 애증을 지우고 가자 
이 춥고 긴 여백 위에 
이만 총총 마침표 찍고.
(임영조·시인, 1943-)


+ 12월의 공허 

남은 달력 한 장 
짐짓 무엇으로 살아왔냐고 
되물어 보지만 
돌아보는 시간엔 
숙맥 같은 그림자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고 

비워야 채워진다는 진실을 
알고도 못함인지 
모르고 못함인지 
끝끝내 비워내지 못한 아둔함으로 
채우려는 욕심만 열 보따리 움켜쥡니다 

내 안에 웅크린 욕망의 응어리는 
계란 노른자위처럼 선명하고 
뭉개도 뭉그러지지 않을 
묵은 상념의 찌꺼기 아롱지는 
12월의 공허 

작년 같은 올 한 해가 
죽음보다 진한 공허로 
벗겨진 이마 위를 지나갑니다.
(오경택·교사 시인)


+ 12월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오세영·시인, 1942-)


+ 12월의 기도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놓습니다. 

재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 

겨울 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 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짓지 않아도 
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 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 같이 
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겁니다. 
(목필균·시인)




2

추천

추천은 작성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조금이라도 유용하셨다면 추천!

무성의한 복붙 수준의 글은 신고해주세요!

유용한 댓글에도 추천을 눌러주세요! 기준 추천수 이상이면 댓글로 선정됩니다

  • profile
    체리픽꺼 (2015.12.02 00:51)

    왠지 기형도 시인이 생각났습니다.

     

    기형도 시인은 뭔가 차가운 시가 많아 12월에 관련된 시가 있을 줄 알았습니다.

     

    12월은 또다른 희망을 노래하는 달이라 없는 걸까요?

  • profile
    체리피커 (2015.12.02 00:51)
    ---댓글 달면 무작위로 포인트 선물중!--- 축하합니다. 체리픽꺼님은 30포인트에 당첨되셨습니다.
  • profile
    ooops (2015.12.02 15:23)

    저녁에 여유 있을때 읽어봐야겠네요 ㅎㅎ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조회 수
공지 [광고]지만 유용한 신용카드, 상품권으로 네이버페이 포인트 충전하는 방법 [13] file 체리피커 2020.10.08 6 15603
공지 실시간 쇼핑몰별 베스트 100 메뉴 오픈완료! file 체리피커 2019.10.05 11 11495
공지 체리피커 공식 앱 출시! 빠른 페이지 이동! 강력한 푸시 알림, 키워드 알림 (구글 플레이스토어) file 체리피커 2019.08.19 28 21143
공지 온라인 폐지 줍기 상테크 하는방법 1탄 - 해피머니 상품권 -> 페이코 PAYCO 현금화 환불 [477] 체리피커 2019.03.12 0 113258
565 vip 전용 게시판 좀 아쉽네요 [18] 라이벌 2019.10.10 0 328
564 VIP 유지가 쉬운듯 쉽지않아요 마요 2019.11.02 0 119
563 VIP 게시판은? [4] blueetude 2019.10.08 0 123
562 VIP 게시판 열람시 포인트 차감되네요 ! [5] 지니어스 2019.10.08 0 148
561 v10 내구성 하나는 끝판왕이네요 [2] ssinssin 2015.10.20 1 282
560 USB 메모리 4G 1500원이면 너무 싼건가요? [4] 온푸 2015.11.01 0 184
559 U+The 즐거운카드 실적 30에 15,000원 할인 [4] Yolo 2019.10.13 0 330
558 U+ 더할인 신한카드 BigPlus / U+알뜰모바일 우리카드 상테크로 활용하시는 분 계신가요?? [2] 똠양꿍 2019.08.21 0 448
557 TRCNG강민 과거 아역배우?? 귀요미..♡ [1] file 걸걸겔겔 2017.10.18 0 278
556 TRCNG 너무 멋있엉 [1] file 영웅맘 2017.10.20 0 147
555 timon 5만원권 엄청빠르네요 [14] 예오니0808 2019.12.09 0 1067
554 TGIFriday! [2] file 체리픽꺼 2015.10.23 2 192
553 t-broad-현대카드M Edition2(청구할인형) 질문요~ [2] 델리퐁 2019.12.06 0 251
552 T map 대중교통 깔고 공짜 간식 받으세요(~20일) [2] file 냠냠냠 2015.09.14 4 197
551 stax로 지방세 내보신분 있으신가요?? mung 2019.10.31 0 146
550 SSG페이 환불 관련 문의드립니다. 쌈닭 2021.03.01 0 362
549 ssg머니 ssg페이 쓱머니 ssgmoney 로 아파트 관리비 50만원 이상 내는 방법! [1] file 체리피커 2019.02.09 1 2022
548 ssg 출석체크 조기종료했네요 [6] 굿잡 2016.01.08 2 100
547 SSG 조기종료 되었군요 [5] file 온푸 2016.01.08 1 127
546 ssg 슥페이 환불 실수.... [4] 곰4마리 2019.10.14 0 25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43 344 345 346 347 348 349 350 351 352 ... 376 Next
/ 376

문의사항은 메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