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많이 긁다가 '증여세 폭탄' 맞을수도 … 국세청, 세무조사 타깃 선정 때 활용
A씨처럼 세무조사를 받은 사람이 자신의 카드사용액과 취득 재산의 출처를 일일이 밝히지 못하면 증여세나 소득세가 추징된다. 국세청 몰래 증여받았거나 소득신고를 누락했다는 추측에 근거해서다. 자진신고와 세금미납을 이유로 당초 세액의 20~40%의 신고불성실가산세와 연 10.95%의 납부불성실가산세도 추가된다.
지난해까지 국세청은 차명 금융계좌와 자산에 대해 상대적으로 너그러웠다. 실질에 근거한 과세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보다 우선해 인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당수 자산가들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는 절세 방안으로 이 틈새를 노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세법이 개정돼 다른 사람 이름을 이용한 차명 자산에 대해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손쉬워졌다. 누군가의 금융계좌에 거액의 자금이 유입된 사실만으로도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어떤 이유로 자금이 유입됐는지 세세하게 규명하지 않고도 단순한 입금 사실만을 근거로 증여로 규정할 수 있어서다. 억울하게 세금을 내야 했다면, 일일이 근거를 제시하고 소명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같은 세법 개정에는 새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의지가 담겨 있다. 땅 밑에 재산을 묻어놓고 있는 자산가에게 양성화에 순순히 응하든가, 아니면 더 깊게 땅굴을 파도록 하는 선택을 강요하는 셈이다.
국세청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카드사용액은 유력한 근거자료로 이용된다. 그 활용 범위도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카드사용금액이 줄어드는 것은 세무조사 강화의 영향이라 볼 수 있다.
카드사용을 줄이는 것이 국세청의 칼날을 피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상당수 자산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세무조사를 받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현실적인 절세 방안이기 때문이다.
허정준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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