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마저 포기…아웃도어 '치킨게임'에 대기업도 잇단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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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5.11.19. 오전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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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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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손떼는 기업들
신세계 '살로몬' 2년 만에 중단
휠라, 아웃도어 매장 정리 나서…밀레 '엠리밋' 스포츠웨어 전환

'황금알 낳는 거위'였는데
급팽창하던 시장 성장세 꺾여…재고 평균 30% 이상 늘어
신상품 반값 할인 등 경쟁 심화



[ 임현우 기자 ] 3~4년 전만 해도 패션업계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던 아웃도어 의류 사업에서 손을 떼는 기업이 늘고 있다. 대형 패션업체인 이랜드, 금강제화, 휠라코리아에 이어 신세계인터내셔날까지 “사업성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아웃도어 사업을 줄줄이 접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3년부터 수입 판매해온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 사업을 2년 만에 중단하기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했다”며 “계약이 3년가량 남아 있지만 프랑스 본사와 협의해 조만간 사업을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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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손 떼는 패션 대기업들

당초 신세계인터내셔날은 50여개인 살로몬 매장을 2018년까지 220개로 늘려 연매출 5000억원대 브랜드로 키운다는 구상이었다. A급 스타를 모델로 쓰고 서울 압구정에 대형 매장을 여는 등 적지 않은 돈을 쏟아부었다. 유럽에서 인지도가 높은 살로몬이 국내에서도 통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난해부터 아웃도어시장의 성장세가 푹 꺾이자 ‘자진 철수’로 방향을 틀었다.

휠라코리아도 2010년 선보인 ‘휠라 아웃도어’ 사업을 다음달 종료하기로 하고 매장을 정리 중이다. 금강제화 역시 2010년 들여온 노르웨이 아웃도어 브랜드 ‘헬리한센’을 연말까지만 판매한다. 밀레의 ‘엠리밋’은 내년부터 아웃도어 콘셉트를 버리고 스포츠의류 브랜드로 새단장한다.

1997년 ‘노스페이스’ 등장을 시작으로 형성된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로켓처럼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2007년 1조5000억원 규모이던 것이 2011년 4조원대, 2013년 6조원대를 돌파하는 등 고성장세를 이어왔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네파 지분 53%를 5900억원에 인수한 2013년이 성장의 절정기로 꼽힌다. 수십여개 업체가 난립해 엇비슷한 브랜드를 쏟아내면서 할인 경쟁을 불사하는 ‘치킨 게임’도 그 무렵 시작됐다. 김진면 휠라코리아 사장은 “아웃도어시장이 단기간에 급팽창하다 보니 그만큼 추락도 빠르다”고 말했다.

“패딩 재고 산더미…한계상황 왔다”

‘등산복 이미지’가 강한 아웃도어 브랜드를 소비자들이 점차 식상하게 생각하는 경향도 업체들의 고민거리다. 아웃도어 업계의 핵심상품인 ‘패딩 점퍼’는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한때 중고생들도 줄지어 산다 해서 ‘등골 브레이커(학부모 등골 휘게 하는 옷)’로 불렸지만 최근엔 ‘신상품 반값 세일’도 성행하고 있다. 밀레, 컬럼비아 등은 지난 8월 다운재킷 신상품을 내놓자마자 50% 할인에 들어갔다.

아웃도어업계의 재고는 작년보다 평균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몇몇 업체는 불어난 재고를 감당하기 힘든 ‘한계상황’에 이르러 올겨울 장사에 목을 매야 하는 상황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업체들은 매출 감소로 자금 회전이 안 되고, 중위권사들은 재고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올 1~10월 롯데백화점의 아웃도어 매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9.9%다. 2011~2013년 연 30%를 넘나들던 성장세는 급제동이 걸렸다. 한 패션업체 회장은 “아웃도어시장의 상황은 한국 산업의 취약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고 했다. “뭐가 잘된다고 하면 우르르 뛰어들어 ‘치킨 게임’을 벌이다 공멸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상위권 업체도 ‘보수적 경영’ 선회

아웃도어시장의 성장세가 꺾였다는 점은 업체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잇단 사업 철수는 경쟁력 없는 후발주자가 정리되고 옥석이 가려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윤주 블랙야크 팀장은 “성장률 저하는 예견된 것”이라며 “브랜드마다 자신만의 강점과 매력을 정립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아웃도어 의류업체들은 내년 생산량을 올해보다 10~20% 감축하는 방향으로 새해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블랙야크 등 상위권 업체들은 경영기조를 매출 확대보다는 수익성 향상에 맞추는 한편 디자인 혁신, 해외 진출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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